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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대화] 수요산악회 김중식 회장 "우리네 인생 같이 편할 길 절대 없지"

지난 18일 김중식 수요자연산악회 회장(사진)과 에코 파크에 있는 백스터 231 계단을 올랐다. 계단도 인생이었다. 혼자보다 누군가와 함께 오르니 확실히 힘이 덜 들었다. 김 회장은 오랜 산행 경험을 통해 오르막 길을 덜 힘들게 오르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또 계단이 산길보다 오르기 어렵다고 했다. 김회장과 '계단 대화'를 나눴다. -계단 숫자를 세는 것과 안 세는 것 어느 게 덜 힘들까요? "숫자를 세면 마음도 가뿐해지고 몸도 힘이 덜 든다. 대화를 나누는 것도 비슷한 효과가 있다. 얘기에 정신이 팔려서 헛딛지만 않는다면." -계단을 가장 많이 세 본 것은 몇 개인가. "사실 108개가 최고다. 그 이상 세기에는 산행 리더 자리가 바쁘다." -산을 오르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 "오르막 길에서는 발 앞꿈치에 힘을 주고 발을 어깨 넓이로 벌리고 오르는 게 좋다. 결국 발이 아니라 몸으로 오르는 것이다. -산에서도 계단이 흙길보다 쉬운가. "아니다. 계단이 어렵다. 발을 완전히 끌어 올려야 하기에 힘이 더 든다. 경사길은 발을 끌어올릴 필요는 없지 않은가." -기업조직체에서는 계단을 밟고 올라간다는 표현을 쓴다. 두 세 칸씩 오르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원래는 두 칸 세 칸씩 올라가지 않는 게 원칙이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초보자들에게 강권한다. 하지만 실제에서 리더는 달라야 한다. 대원 중 가장 앞에 선 사람을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하고 잘못된 길로 못 가게 막기도 해야 한다. 산행 리더도 기업 리더같이 몇 걸음씩 앞장서서 가야 한다." -그게 리더들의 덕목인가. "산행이 이러니 기업도 마찬가지 아닐까. 산행에 앞서 전날 코스를 미리 돌아보고 돌도 치우고 위험한 곳이 없나 살피기도 한다. 기업가들이 새벽같이 출근해서 회의하고 밤늦게 퇴근하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산행 리더는 대원들이 완주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 아닌가. "산을 15년 넘게 타다보니 많은 것을 깨닫는다. 사실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더 어렵다. 위험하기도 하고. 보통 대원들은 다 오르기도 전에 내려가는 것을 걱정한다. 리더는 이런 대원들에게는 오를 때는 올라가는 것에 집중하라고 독려한다." -벌써 다 올라왔다. "이제 내리막이다. 내려갈 때는 뒷꿈치를 먼저 디디면서 역시 양발을 어깨 넓이로 벌려야 한다. 자연스레 앞꿈치가 닿게." -계단을 오르내릴 때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계단이나 길은 인생과 같다. 뛰어가던 걸어가던 기어가던 편한 길은 절대 없다. 얕은 개울에 빠져도 허우적 대는 사람이 있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말이 있는데 넘어지자마자 허우적 거리면 허리도 안 차는 개울에서도 큰 일이 날 수도 있다. 힘이 들고 어려운 일이 생겨도 쉬어 간다는 생각으로 한발짝 물러서서 (계단) 전체를 살펴보면 허우적 거리지 않는다." 장병희 기자

2011-02-24

바람 벗삼아 오르락 내리락…훌륭한 하이킹 코스

'에코 파크'(Echo Park) 지역에는 의외로 계단이 많다. 계단마다 표정도 달라 '계단 공원'이라 부를 만하다. 계단은 에코 파크와 실버레이크에 많은데 이곳에서 북쪽으로 로스펠리스 서쪽으로 할리우드 하이츠에도 많이 남아있다. 이 중 에코 파크 지역의 몇 곳을 직접 올랐다. ★백스터 계단(1501 Baxter St. ↔ 2101 Park Dr.) 231 계단. 0.068마일 거리에 180피트를 올라간다. LA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꽃나무가 주위에 멋있게 펼쳐져 있다. 구불구불 이어진 구조로 경사가 높아 의외로 숨가쁘다. 정상은 파크 드라이브며 백스터 길보다 주차가 용이하다. 정상에서 길을 건너면 하이킹 트레일이 펼쳐진다. ★클린턴 계단(1700 Clinton St.) 좌우로 갈라졌다 합쳐지는 짧은 계단. 에코 레이크가 한 눈에 들어온다. 주위가 낙서로 어지럽혀져 있지만 레이크 풍경은 좋다. 계단 아래는 글렌데일 불러바드라 주차가 어렵지 않다. ★라베타 테라스 계단(Laveta Terrace) 선셋 불러바드에 인접한 라베타 테라스 길은 굽어 있다. 이 길의 각진 끝에 65개의 넓고 우아한 계단이 있다. 1905~06년에 '선셋 하이츠 트랙'사 알렉스 컬버가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언덕에서 밑으로 수목이 도열해 있어 영화 속 대저택의 계단같은 웅장함마저 엿볼 수 있다. 선셋 불러바드 북쪽 한 블럭과 에코 파크 애비뉴에서 동쪽으로 한 블럭인 곳에 있다. 계단을 배경으로 사진찍기에 아주 좋다. ★델타 계단(1620 Delta St.) 125 계단. 정글을 방불케하는 팜트리로 뒤덮혀 있다. 다른 곳에 비해 사람들이 많다. 그리 길지 않고 적당히 자연과 어우러져 있어 몇 번씩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주차가 어려워 큰 길에 차를 세우고 올라와야 한다. 대신 재미도 있고 운동효과도 있다. ★루크레샤 계단(1559 Lucretia Ave.) 델타계단의 정상에서 왼쪽으로 들어서면 루크레샤 계단의 정상이다. 델타 계단이 짧아서 운동효과가 다소 아쉬웠던 사람들에게 딱 맞는 코스다. 반대편(1600 Grafton St.)의 경우 주차가 용이하므로 루크레샤 아래에서 올라와 델타를 타고 내려왔다가 다시 역방향으로 오르내리면 20분 정도에 끝낼 수 있는 훌륭한 하이킹 코스가 된다. ★아발론 이스트 계단(1550 Avalon St. ↔ 1893 Lucretia Ave.) 루크레샤 계단을 다 오른 뒤 델타계단을 따라가지 않고 그 길로 계속 가면 북쪽으로 에코 파크 애비뉴와 평행으로 걷게 된다. 이어서 에코 파크를 가로지르면 오르막 길이 나오고 그 끝에 아발로 이스트 계단의 정상(1893 Lucretia)이 나온다. 192 계단으로 철제 난간을 잡고 산을 따라 내려오도록 되어있다. ★아발론 웨스트 계단(1907 Vestal Ave. ↔ 1902 Lemoyne St.) 아발론 이스트 계단을 지나 아발론 길을 따라 서쪽으로 가면 아발론 웨스트 계단이 나온다. 125 계단. 사람들이 사는 집 대문과 연결돼 있어 운동하는 사람과 쇼핑을 다녀오는 사람 계속 아발론 길쪽으로 가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생활 속 계단이다. 팜트리가 멋있고 루크레샤부터 아발론 이스트 아발론 웨스트로 연결되는 코스는 환상적인 하이킹 코스다. 옛날 LA시민들의 정취를 쉽게 느껴볼 수 있다. ★큐런 계단(1540 Curran St. ↔ 2403 Valentine St.) 에코 파크 드라이브를 타고 올라가면 큐런 스트리트가 나온다. 여기서 우회전하면 오르막 길 끝에 큐런 계단이 나온다. 129 계단으로 사람들이 사는 번지수가 이어지는 살아있는 계단이다. 가로등이 옛스러우면서도 운치가 있다. 주차는 아래쪽 밸런타인 길이 낫다. ■또 다른 계단들 ◇에코 파크 일대 -유잉 웨스트 (Ewing West Stairway, 129 계단) 2016 Ewing St. ↔ 2004 N Alvarado St. -얼 스트리트 (Earl Stairway, 219 계단) 2216 Earl St. ↔ 2230 Earl St. -로마 비스타 플레이스 웨스트 (Loma Vista Place West Stairway, 182 계단) 2387 Loma Vista Pl. ↔ Loma Vista Place East Stairway -로마 비스타 플레이스 이스트 (Loma Vista Place East Stairway, 166 계단) 2220 Allesandro Way ↔ Loma Vista Pl. West Stairway ◇계단 정보 웹사이트 -www.communitywalk.com/los_angeles/ca/los_angeles_stairs/map/434719 -www.historicechopark.org/id30.html 글.사진=장병희 기자

2011-02-24

잊혀진 길 '계단' 추억으로 오르다

그보다 느린 로컬길에서도 길은 곧 속도다. 그런 LA에도 자동차는 못 가고 걸어서만 갈 수 있는 길이 있다. 바로 계단이다. 계단은 인간이 직립 보행하는 존재임을 온 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LA에는 의외로 계단이 많다. 한인타운 인근에도 많다. 게 중에는 독특한 정취를 느끼게 하는 계단도 적지 않다. '잊혀진 길' 계단을 올랐다. 계단은 잊혀진 길이다. 자동차가 일반화되기 전에는 LA에서 전차(트롤리)와 보행도로가 일반 시민들의 주요 대중교통 수단이었다. 전차와 보행도로 대부분이 없어지고 차도로 바뀌었지만 보도의 일부였던 계단은 여기저기 남아 있다. 자동차길을 내기에는 좁거나 경사가 높은 경우 조금만 돌아가면 길과 길이 연결되기 때문에 굳이 따로 길을 내지 않았다. 그 길이 그저 사람만 다니는 샛길처럼 남았다. 그렇게 계단은 자동차 문화가 발달하면서 역사 속으로 잊혀진 길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도시의 한 부분으로 남아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에코 파크 애비뉴 인근 아발론 웨스트 계단으로 올라섰다. 앞서 계단을 오르던 여성이 보이는가 싶더니 갑자기 사라졌다. 여자가 사라진 지점에서 둘러보니 계단을 따라 무성하게 자란 풀숲에 가려 작은 골목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 여성은 동네 주민이었다. 계단 위로 갈수록 번지숫자는 올라가고 그 숫자 앞에는 어엿한 대문이 있다. 시골 좁은 길로 장에서 뭔가를 사가지고 집으로 들어서던 기억 속의 계단이 떠올랐다. 이 동네에서 계단은 살아있는 길이었다. 아발론 웨스트와 큐란 스트리트의 계단집에는 우체부도 걸어서 계단을 오르내릴 수 밖에 없었다. 자동차의 도시에서 차로는 못 가고 계단이 유일한 접근로인 집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LA의 계단들은 북쪽 구릉지대에 특히 많다. 어떤 곳은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의 경사진 길을 방불케한다. 서쪽으로는 샌타모니카에서 할리우드를 거쳐 실버 레이크 에코 파크로 동쪽으로는 패서디나에 이른다. 살아 남아 있는 계단은 LA에만 275개가 넘는다. 계단은 혼자서는 힘들고 함께 가면 전혀 힘들지 않았다. 취재차 혼자 걸을 땐 겨우 50개를 오르고서도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7학년 딸아이와 함께 오르니 라베타-테라스나 아발론 웨스트 계단 어디에서도 땀 한 방울 나지 않았다. 추억을 되살리며 계단의 정취를 오르려면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한인 타운 인근에는 1924년 조성돼 1998년 LA사적 657호로 지정된 '로스펠리스 하이츠 스텝'(181계단 4803 Cromwell Ave. ↔ 4796 Bonvue Ave.)은 두 사람이 손잡고 오르기엔 조금 좁지만 중간에 두 곳의 휴식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 계단에서 인근 주민인 지넷 할머니를 만났다. 매일 이 계단을 오르는 할머니는 "하루에 100여명 정도가 계단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루에도 몇 명씩 할리우드 사인이 어느 쪽에 있냐고 물어봐요. 사실은 그 사인이 어디에 있는지 나도 무척 궁금해요(웃음). 그 덕에 매일 새로운 사람들이 계단을 찾는 걸 알게됐어요." 실버레이크나 에코 파크 같은 비교적 오래된 주거지들에 많은 계단은 LA의 숨은 보석과 같다. 반짝이지는 않지만 사막 한가운데 거칠 것 없이 줄 긋고 세웠다고 오해했던 LA를 다시 보게 한다. 건축사무실 'PQNK'의 이웅범 대표에 따르면 현대 건축규정상 계단 한 단의 높이는 4~7인치 깊이는 11인치 이상이어야 한다. 또 계단참이라 불리는 계단중간의 넓은 공간은 높이 12피트 마다 하나가 있어야 한다. 폭은 36인치는 돼야 한다. 자연 속 계단이 모두 이 규정 수준은 아니다.하지만 대체로 건축규정의 안전 개념은 지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계단 오르기는 짧은 시간에 산행과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미니 등산'이다. 평지를 뛰는 것만큼 운동 효과를 낸다. 박상욱 발.발목전문의는 "오르막에서는 무릎 위 앞근육과 엉치뼈의 근육이 종합적으로 단련된다. 반복적인 하체 운동이 가능해서 운동효과는 최고"라고 말했다. 내리막에서는 오르막의 운동효과에 더해 종아리 근육을 단련시킬 수 있다. 물론 무리를 하면 역효과가 난다. 박 전문의는 "계단 운동은 평지 도보 운동과 달리 항상 브레이크가 걸리기 때문에 천천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득 자동차에게 빼앗긴 것이 계단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스쳤다. 계단을 잃어버려 뜨거운 햇빛과 시원한 그늘 호젓한 자연을 조금 더 많이 잃어버린 게 아닐까. 장병희 기자

201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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